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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인터뷰]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 이현세 교수
날짜   2020.12.30     
조회수   184     
댓글   0     

교수인터뷰는 <월간 미대입시>에서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국 주요 미술 디자인 및 애니메이션학과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위 내용은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대입시 책자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은 오랜 역사와 높은 인지도, 체계적인 교육환경과 업계 최상위권 전문가로 구성된 교수진을 보유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 본 지면을 통해 소개할 이현세 교수는 대표작 <공포의 외인군단>을 비롯한 무수한 히트작으로 국내 만화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한 세대를 대표하는 유명 만화가이다. 월간 미대입시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이현세 교수의 작업실을 방문해

약 40여 년에 달하는 그의 만화 인생과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의 교수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교육 철학 등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정리 복송화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

이현세 교수





어린 이현세를 사로잡은 만화 속 세상

저는 어린 시절 외진 바닷가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7살이 되던 해 경주의 번화가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만화가게를 접하게 되었죠. 만화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만화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저는 순식간에 만화라는 매체에 푹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이후 조그만한 용돈이라도 생기면 곧장 만홧가게로 향해 다양한 만화책을 탐독하며 점점 더 만화책이 가진 매력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교과목을 제외하면 세상과 사회에 대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환경이었습니다. 컴퓨터는커녕 TV가 있는 가정조차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라 할지라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죠. 그런 와중 만화라는 매체의 등장은 제게 있어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7살이 되어 처음 접한 만화책 속에는 세계의 역사, 시대를 빛낸 영웅, 과학에 대한 지식, 미술사의 흐름 등, 그야말로 인문학 전반에 대한 모든 것들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죠. 제가 초등학생 시절 듣고 배운 인문학적 지식들은 거의 대부분이 만화책을 통해 습득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렇게 저는 유년시기부터 쭉 만화라는 매체와 함께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적으로 시작하게 된 만화가의 길

그만큼 만화에 푹 빠져있었으니 제가 회화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색상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하는 ‘색약’이란 증상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회화에 대한 꿈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정말 그 누구보다 그림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뚜렷했기에 색약이란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림을 손에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해서 저는 큰 고민 없이 곧바로 만화가의 길을 걷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 당시 만화가란 직업은 사회적으로 근거 없는 오해와 비난에 시달리는 업이었으며 저 역시 그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습 니다. 그렇지만 저는 만화를 시작하는 것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죽고 못살만큼 그림이 그리고 싶은데 그 속을 긁는 듯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만화뿐이다? 사실상 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입니다. 선택이라기보단 어떤 필연적인 운명이 저를 만화가의 길로 이끌었다보는 쪽이 맞겠지요. 정말 만화를 그려야만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깟 편견이 대수로운 문제겠습니까. 만화가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 제가 짊어져야 할 비뚤어진 시선은 제게 있어 2차 적인 문제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공포의 외인구단]



이현세 작가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제 대표작으로 불리는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2년 설립되었던 한국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입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인천, 경기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구단으로, 한국 프로야구리그의 원년 6개구단 중 한축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다른 5개구단처럼 한국 프로야구리그의 창설과 동시에 출범한 것이 아니라 한박자 늦게 구단을 결성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를 설립하던 당시 이미 연고지였던 인천, 경기지 역 선수들은 전국 각지로 스카웃되어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습니다. 이에 구단 측은 타 구단과의 협의를 통해 연고지와 무관 한 선수들을 하나, 둘 모셔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악재만은 없다고 삼미 슈퍼스타즈는 파격적인 조건을 통해 당시 일본 야구계의 에이스로 불렸던 재일교포 장명부 선수를 스카웃하는데 성공합니다. 제각기 다른 사정을 가진 선수들과 재일교포 출신 에이스 투수. 이 신비로운 구성으로 이루어진 야구팀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며 ‘외인구단’, ‘도깨비구단’ 등 다양한 별명을 쏟아냈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이러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행보를 모티브로 삼되, 이에 더하여 ‘사랑에 굶주린 남자들의 분노’를 섞어낸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작품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학교폭력, 재일교포, 흑인혼혈 등 사람들의 차별어린 시선으로 인하여 내적인 결핍을 야기하는 요소들을 가진 이들입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모두 사랑에 대한 굶주림, 세상에 대한 울분과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주인공 역할인 까치 오혜성 역시 불행한 가정사와 잊지 못할 첫사랑으로 인해 정신적인 공허에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그가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다른 이들은 사회적, 개인적, 육체적 불구로 인한 결핍에 고통 받지만 오혜성은 절대적 사랑으로 인한 정신적 결핍을 겪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그는 여주인공 ‘엄지’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은하수처럼 산화되는 것으로 작품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완결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오랜 시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저도 큰 애착을 가진 작품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원작자의 입장에서 가끔씩 해보는 상상입니다만, 그 당시가 아닌 현대의 작품 제작예산과 촬영환경 및 편집기술이 있었다면 더 좋은 영상물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교수 생활, 근 20여 년 간 이어져

처음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제가 미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가정사, 그리고 그 시대와 얽힌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대학의 문턱을 밟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늘 가슴 한편에 대학이란 어떤 곳이며 어떤 이들이 모여 어떠한 주제로 담론을 나누는 곳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막역함이 있었습니다. 만약 시인 프로스트의 ‘가보지 않은 길’에서 다시금 첫 갈림길에 놓인다면 누구나 한번쯤 원래 갔던 길과 다른 길을 선택해보지 않을까요. 저 역시 그런 심정으로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오래 교수직을 역임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처음 부임하던 당시엔 겸임교수로서 수업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맡으면 되는 상황이었고 저를 섭외하려던 관계자 역시 “일단 한번 해보고 정 안 맞는다 싶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말로 저를 설득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학과 교수로서 근 20여 년 간 교수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보더라도 참 세상은 우연과 기적으로 가득 차 있고 세상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게 되는구나 싶습니다.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고려한 수업 진행

제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수업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 기초수업입니다. 만화 기초수업은 기본적으로 손과 연필 사이에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삼습니다. 그냥 남이 그림 그리는 것을 10시간 동안 보고 있는 것과 자신이 직접 한 시간동안 그림을 그려보는 것 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깨닫게 해주는 것이죠. 만화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펜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보고, 이때 느꼈던 손끝의 감각과 그 감각이 주는 의미에 대해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깨닫게 합니다.


다음으로 4학년 학생들의 졸업 진행과정을 돕는 수업이 있습니다. 사실 예체능 계열 4학년 학생들의 가장 큰 과제는 다름 아닌 ‘졸업작품’이죠. 자신이 졸업 이후 작가의 길을 가든, 아니면 사업체에 취업해 사회인의 길을 가든 간에 무조건 졸업작품이 필요하니까요. 이 졸업작품은 단순히 포트폴리오로 활용되는 걸 넘어서 해당 학생이 우리 대학에 들어와 4년간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확립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과제이기에 학생과 교수 모두 합심하여 졸업작품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후 졸업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학기가 끝날 때까지 ‘독서토론’ 시간을 갖습니다. 도서는 학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특정 작품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교수인 제가 주로 지정해주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학생들 입장에선 본인이 읽기 쉬운 책을 고르고 싶겠지만 인문학적 소양의 성장을 위해선 때론 머리가 아파지는 독서시간도 필요한 법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중, 고등학생들처럼 독서감상문을 받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여겨져 학생들의 언변능력도 키울 겸 토론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막상 토론을 진행해보면 정말 책을 꼼꼼히 읽은 학생과 대충 시놉시스만 읽고 온 학생들이 확연히 구분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실 소통능력이란 작가, 직장인 구분 없이 모두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활동을 하든 간에 결국 제대로 된 성장을 원하는 사람은 우선 세상을 올바른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정제된 언어로 구사하는 것이 바로 소통능력이죠. 보는 눈과 말하는 입은 서로 끊임없이 접근하며 걸음을 같이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4학년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꾸준히 읽게 하고 상호간의 소통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공 출신 만화가 중 글·그림 모두 소화하는 경우가 9할 이상

제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입니다. 저 역시 약 40여 년 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만화가인 만큼 그간의 작가 생활에서 깨달은 핵심적인 부분들을 학생들에게 꼭 집어주고 넘어가려 합니다. 일단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삼라만상(森羅萬象), 즉 온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호기심을 내려놓는 순간 만화가란 직업은 구름 위의 이야기일 뿐이죠. 다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과 드로잉 실력 역시 필 수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입니다. 호기심, 문장력, 드로잉 실력. 이 세 가지가 만화, 그리고 그 만화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양들을 늘 강조하다보니 우리 전공 출신 현역작가들은 다른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작업을 하는 일이 거의 드뭅 니다. 거의 9할 정도가 글과 그림 모두 본인 스스로 소화하 는 편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합니다. 정말 드문 경우긴 하지만 작화 시 인물의 손톱 밑 그림자까지 묘사를 하지 않으면 정신줄을 놓는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가끔씩 있습니다. 반대로 스토리 구성과 콘티 단계에 모든 체력을 쏟아넣어버리는 학생도 있고요. 이건 거의 천성이라고 봐야겠죠. 이런 학생들은 365일 24시간이란 일정으론 도저히 연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서로 팀을 짜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대학은 기술 교습소가 아닌 신념의 완성을 위한 공간

단순히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오른 모티브로 작품 한, 두 개 를 연재하고 말 거라면 사실 대학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하지만 고전적인 개념의 작가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대학이란 교육기관의 교육환경과 부수적인 요소들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이란 특수한 그림 기법이나 툴 다루는 법을 배우는 교습소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달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학생들은 대학이란 공간에서 다양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교육자, 그리고 주변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이 가진 생각과 성향 등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4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마침내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견고히 할 수 있다면 그 학생은 추후 대학생활을 뒤돌아봄에 있어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조언

역사적으로 보자면 언제나 전쟁, 질병, 기후이상 등으로 인해 마치 내일이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이 몇 차례나 반복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오늘이 가면 내일이 찾아왔고 영원할 것 같았던 재앙들 역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공식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그러들었죠.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는 늘 재난이 찾아온 뒤에 급격한 성장을 맞이했고 이런 쳇바퀴 같은 사건을 반복하며 우리 인류는 꾸준한 발전상을 보여 왔습니다. 이번 사태 역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이길 바래봅니다. 우리 전국 각지의 학생 여러분 모두 심신이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기운을 내서 하루에 한 걸음이라도 좋으니 바래왔던 목표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관련된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1950년대에 티베트의 한 80대 노승이 정치적 망명을 위해 홀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유럽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유럽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죠. 각종 언론사들이 앞 다퉈 인터뷰를 요청 했고, 그가 히말라야 등반에 성공한 비결을 물어보았지요. 이에 그 노승은 아주 간결한 대답을 남겼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노라”고요.

이와 같이 여러분, 그리고 저 역시 이런 재난이 찾아오기 전 목표로 했던 지점을 향해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우리 모두 바라던 세상에 도착해 있을 것입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남벌]


[아마게돈]



[창천수호위]






정리 월간 미대입시 복송화 기자  자료제공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

월간 미대입시 2020년 9월호 © mgood.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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